42Seoul

42Seoul 본 과정 합격 - 9기 2차 La Piscine 후기

millar 2023. 3. 13. 03:45

프로필

 

학력: 당시 서울권 대학의 컴퓨터과학과 재학중(2학년 재학 예정)
 
프로그래밍 경험: 컴과를 생각하고 대학을 가지 않았음. 1학년 때 배운 Python 조금과 C언어 조금이 전부. 컴퓨터 관련 동아리, 프로그램 등 일절 하지 않음. 개인적으로 학습한 것은 코드 업 Python 기초 문제 풀이가 전부.
 
지원 동기: 컴퓨터 학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당시, 취업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빨리 돈 벌 생각에 컴과로 진학... 1학년 학점을 잘 받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컴퓨터 관련 진로에 대해 정보 습득이나 흥미에 욕구가 없었음. 또한, 부스트 캠프나 우아한 테크 코스와 같은 프로그램은 자기소개서나 코딩 테스트 등을 통과해야만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필자의 경험만으로는 당장 합격하기 어렵다고 판단. 마침 친구의 소개로 42 서울을 접했고, 내가 선택한 학과이니만큼 스스로 로드맵을 짜보고 이를 경험해 볼 목적으로 지원하게 됨.
 


 

42 서울?

 
 

 42SEOUL(42서울)은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한 교육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며, 프랑스에서 시작된 컴퓨터과학 교육기관 에꼴42(Ecole 42)의 교육 방식 및 인프라를 수입하여 실시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나무위키
 

 쉽게 말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이며 교수, 교재, 학비가 전혀 없는 3무 정책을 내세운 교육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42서울 교육 프로그램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온라인 테스트(상시) > 체크인 미팅 > 라 피신 온라인 신청 > 라 피신 교육과정 진행 > 본 과정 교육 진행
 

 
 온라인 테스트는 두 가지 시험을 응시한다. 기억력 테스트와 논리력 테스트다. 이메일 계정당 한 번씩만 도전할 수 있고 실패한다면 다른 이메일 계정으로 다시 도전하면 되니 편하게 보면 된다. 패스 조건은 절대평가로 알고 있다. 필자는 아마 각각 13, 15? 단계까지 도달했던 것 같다. 처음 시험을 응시했을 때 너무 당황스러워, 기억력 테스트 레벨이 낮아서 떨어졌던 것 같고 다른 계정으로 재도전해서 붙었다.
 
 온라인 테스트를 통과하면 체크인 미팅으로 본인 확인을 한다. 면접이 아니다! 처음에는 면접 같은 건 줄 알고 겁을 먹었는데 그냥 신분증을 보여주고 웃으며 인사 나누면 끝난다. 8기 때는 코로나 때문에 화상으로 1:1 미팅을 했는데 9기부터 직접 개포캠퍼스에 방문하여 체크인 미팅을 진행했고, 라 피신 OT를 받고 돌아왔다. 게다가 개포캠퍼스를 구경시켜 준다.
 
 이제 라 피신 온라인 신청을 하면 되는데... 이게 대학교 수강신청, 공연 티켓팅과 다를 바 없다. 정해진 시간에 접속해서 클릭 한 번만 하면 된다. 가족, 친척, 친구 싹 다 불러서 신청하자. 중복 로그인이 가능하다. 사실 그렇게 빡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피시방에서 다 성공했었다. 체크인 미팅도 선착순으로 온라인 등록을 해야한다! 하여튼 괜히 그 날짜를 놓치면 한 달 정도 뒤에 기회가 다시 생기니 각잡고 단김에 잡자.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이제 라 피신 교육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라 피신 교육과정은 한 달동안 진행되며 원래 7기 이전까지 재도전(예를 들면 현재 기수에 탈락하고 다음 기수에 도전하는 것)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7기 이후에 재도전할 수있게 되었다. 탈락했다면 그 해의 라 피신에는 다시 도전할 수 없고 내년에 도전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이메일 계정으로! 그래서 그런지 라 피신 첫날부터 강한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과제를 빠르게 민다든가, 학습에 여유를 보인다든가... 이런 것 때문에 불공평하느니 어쩌느니 그러기도 했었는데 겁먹지 말자. 합격할 수 있다.
 


 

교수, 교재, 학비가 없다니?

 

 직접 참여를 해보면 느끼겠지만, 해결해야 할 것에 대한 학습과 관련해서 알려주기로 약속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을 좀 어렵게 할 수밖에 없는데, 답을 알려줄 사람은 있지만, 답을 알려주기로 정해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답을 찾아내려면 본인 앞의 놓인 컴퓨터로 정보의 바다를 허우적대거나, 혹은 라 피신 과제의 말을 직접 인용하자면, "답을 찾지 못하겠다면, 오른쪽 동료에게 물어보세요! 오른쪽에 동료가 없다구요? 그럼 왼쪽에 있는 동료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적혀있는 것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보아야 한다. 당장 첫날부터 같은 공간에 놓이게 된 300명(본인을 제외하면 299명)이 당신의 교수이며 동시에 학생이다! 오늘의 교수가 내일의 학생이 되기도 하며,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세한 동료학습은 직접 경험하면 와닿을 것이다. 협업이 강조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자연스럽게(강제적?) 동료학습이 가능하다.
 
 학습 참고서가 없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문제를 풀게 될 텐데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 가르쳐 준다고 정해진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든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본 과정에서 라 피신 과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온 교육, Tutor가 있지만, 기대하지 마라. 절대 안 알려준다. 필자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어느 블로그의 후기를 보고 알았기 때문에 애초에 튜터랑 말도 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라 피신 교육생들은 멘탈관리 목적으로 튜터와 상담을 하거나 본 과정의 로망(?)등을 튜터에게 전해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9기까지 진행된 프로그램인 만큼, 과제를 해결하려고 구글을 돌아다니다 보면 금서(?!)를 발견하곤 할 텐데 건들지 말고 스스로 학습하길 바란다. 이 두 가지만 제외하면 어떻게 문제를 풀었든 당신의 지식으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라 피신을 한 달 동안 참여하며 요구 학습시간을 충족하면 100만 원의 교육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요구 시간은 주 40시간, 한 달 160시간이다. 라 피신에 참여하면 강남의 서초캠퍼스에서 학습을 시작한다. 학습실을 클러스터라고 하는데, 클러스터는 24시간 개방한다.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로그인 한 시간만큼 내 계정에 학습시간이 기록된다. 한 달 과정이기 때문에 주변 고시원이나 원룸 등을 한 달 간 얻고 생활하시는 분들도 있다. 나는 통학거리가 멀어서 출석할 때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왕복 3시간을 매일 소화 했었다. 그래도 26일(한 달 과정인데 사실 총 26일 이다.)동안 260시간 누적을 했다! 물론 엄청나게 힘들었다.

 
 


 

1주차

 
 
개인 과제: Shell 00 - Shell 01
 
팀 프로젝트(Rush 00): 0점
 
Exam00: 80점
 
 첫날이니 만큼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긴 통학시간을 소요해 클러스터에 들어갔고, 같이 등록한 친구와 첫날을 보냈다. 소문대로, 그리고 첫날인데도 뭘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든지, 자신이 스스로 찾아내든지 진행을 하면 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 어렵고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느껴서 친구랑만 쭉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습 환경도 iMac이어서 평소에 쓰던 컴퓨터와는 너무나 달라 어색했다. 과제를 진행하는 것도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터미널 창에서 이루어졌고, 과제도 너무 불친절했다.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있는데 한국어판만 보면 피본다. 번역이 이상하게 되어있는 경우가 다분하기 때문인데, 영어가 미숙하다면 두 언어를 번갈아가면서 보면 된다. 리눅스 환경에서 쉘 명령어를 다루는 문제들로 가득했는데, 구글을 얼마나 뒤져댔는지 모르겠다...
 
 과제를 진행하고 제출하면 동료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동료평가와 기계채점을 모두 통과해야만 최종 점수가 산출되고 다음 과제로 넘어갈 수 있을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 과제를 모두 풀고 평가라는 행위를 처음 겪었다. 평가받기는 과제를 제출해야만 가능하지만, 평가를 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냥 시간이 있으면 평가하러 갈 수 있다.
 
 모두가 Shell 00을 진행하는 첫 날, 나는 내가 평가할 수준이 되지 않으면 누굴 평가할 수 없다는 상식적인(?)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이 2주차 때부터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바뀌었다. 평가라는 것은, '평가 받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가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과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하는 행위' 였기 때문이다. 내 과제를 처음 평가해주러 오신 분은 나처럼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셨다. 첫인사를 나누고, 그분은 자신이 평가를 많이 다녀서 여러 사람의 풀이를 봐왔고, 과제 문제들의 정답을 대부분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평가를 받으면서 내가 틀린 부분에 대해 이유를 알고 올바른 답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채점 과정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내 답은 본인이 봐왔던 숙련자(?)들의 답안과 달라서 틀릴 것 같다고 판단해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올바르게 출력되는 내 풀이를 멍청하게 오답이라 인정하고 기계 채점에서는 다 맞는 것을 보면서 교훈을 하나 배웠다.
 
 42에서는 평가를 디펜스라고도 부른다. 평가자는 당신의 과제를 어떻게든 틀리게 할 것이고, 당신은 상대방이 반례를 꺼낼 수 없게 이해시키면 된다. 그러면 당신이 맞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방어하면 된다. 싸우라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간혹 평가과정 중 말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를 목격할 수 있다. 필자는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확실한 오답이 아닌 이상 기계채점에서 맞을 것 같으면 그냥 여유 있게 고분고분하게 넘어갔다...
 
 과제 평가가 끝나면 피평가자도 평가자를 평가할 수 있다! 평가자가 제시간에 도착하였는지(평가자가 피평가자 자리에 가서 평가를 진행하는 시스템), 내 코드를 엄격하게 확인하였는지, 주의 깊게 보았는지 등 4개의 항목(하나가 기억이 안 난다.)에서 평가할 수 있다. 첫 평가 경험이 마음에 안 들었기도 하고 그분이 15분 늦게 와서 지각 처리 해줬다(소심한 복수)
 
 항상 주차의 금요일에는 시험을 4시간 동안 응시한다. 첫 시험에서는 Shell이 나오지 않고 C언어에서부터 출제된다고 하길래 Shell 01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C00을 풀지 않고 보기만 했다. 시험 응시 방법 또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라 피신에 들어오기 전에 여러 후기를 봤지만 직접 느끼니 신기했다. 실제로 시험장에서 시험이 치러지면 컴퓨터 화면에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다(ㅋㅋㅋ) 그래서 시험장에서 피식하고 웃었는데 한 5초 지나니까 손이 떨렸다. ㅋㅋㅋㅋㅋㅋ
 
 C00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하지만 반년 정도가 지나버린 기억을 억지로 짜내 나쁘지 않은 시험 점수를 받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Exam 00만큼(개인 과제든, 팀 과제든, 시험이든 처음이 제일 쉽다.) 쉬운 시험이 없었다. 시험에서는 오답에 대한 테스트 케이스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시험을 진행하면서 테스트 케이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어떻게 보는지를 몰라서 손해 봤다... 시험을 응시하기 전에, 라 피신을 다시 도전한 분들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난 그러지 못했는데 그래서 시험에 적응하는데 꽤 어려웠다. 자세한 건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
 
 Exam이 끝나면 바로 Rush팀이 자동으로 구성되며 팀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당시 Exam 00이 종료되고 보안의 이유로 서버를 점검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에 갔지만(아주 좋았다) 원래는 러쉬팀을 만나고 인사도 하고 그래야 한다. 그래야 첫 단추를 잘 꿸수 있다. 첫 시험부터 조져버리면 다음 날부터 출석을 안 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첫 팀부터 개막장팀이 돼버릴 수도 있다. 팀원 중 한 명이 부재가 되는 상황은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필자는 친구가 3일 차 부터인가 떠나버려서 혼자가 됐다.
 
 Rush 00의 결과는 0점. 팀 프로젝트 과제를 풀어내면 본 과정에서 뛰어난 숙련도를 가진 교육생이 평가하러 서초캠퍼스로 온다. 우리가 해결한 과제는 사각형 만들기 였는데, 한 주제로 문제가 여러 개 있었고 풀어야 하는 과제를 풀면 100점. 문제를 많이 풀수록 더욱 점수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우리 팀은 모든 문제를 풀어냈고, 구현하는 부분에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항목 하나만 제외하고 제출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내가 주변 분위기를 보니 전부 그 보너스 문제를 하려는 팀들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난 "이에 질 수 없죠?" 하고 팀원을 북돋아 그 항목까지 처리하고 제출을 했다.
 
 러쉬 평가 당일, 우린 사각형 문제들을 완벽하게 풀어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하자고 추진한 그 항목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생각해야 했으나, 팀원 중에서 아무도 생각을 안해서 처리 못한 예외케이스에 걸려버렸다. 본 과정 교육생을 Cadet(사관후보생)이라고 하는데, 그 카뎃분이 "이거 이렇게 입력하면 틀릴걸요?" 했는데 바로 틀려서 바로 0점 됐다. 너무 슬프고 아팠다. 뼈아프게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러쉬 점수는 1과 0이다? 욕심부리지 말자? 이후에도 우린 함께 다녔고 다행히 첫 팀원 모두가 본 과정에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
 


2주차

 
개인 과제: C00 - C03
 
팀 프로젝트(Rush 01): 100점
 
Exam 01: 64점
 
 2주차부터 본격적으로 C과제를 진행했다. 학교에서는 Vscode환경에서 코드 작성을 했는데, 나는 Vim을 고집했다. 42에서도 Vscode 사용을 막지는 않지만 Vscode의 사용 때문에 생기는 오답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그거에 겁먹어서 Vim만을 사용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머리가 나빠서 손발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냥 Vscode쓸껄...
 
 이때부터는 기본적인 함수들을 구현해 보고 알고리즘 문제들도 풀어보면서 C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문제 난이도는 쉽다가 한 번씩 브레이크가 걸리는 정도? 과제마다 난이도가 극상인 문제들이 꼭 1개씩 존재한다. 그것도 수문장처럼 마지막 문제에 존재해서 아주 껄끄럽다. 문제도 문제지만 Norminette규칙을 지키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많이 실수하는 주차이기도 하다. 줄여서 Norm(놈)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코드를 작성할 때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이다. 이 X놈이 아주... 코드를 작성하는데 귀찮고 어렵게 만든다. 처음에는 정말 이해도 안 되고, 왜 지켜야 하는지 싶고, 부숴버리고, 죽여버리고 싶기도 할 텐데 강제로 행동교정이 되어서 코딩이 깔끔하고 예쁘게 변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 별로 안 불편하다.(아니다. 사실 많이 불편하다.)
 
 문제를 풀면서 막히면 그냥 평가를 나갔다. 평가하러 다니면서 직접 어떻게 푸는지 물어보고, 배워온 다음, 내 과제를 해결했다. 평가를 받으려면 포인트가 필요한데, 평가를 하면 준다. 그래서 동료학습을 하기 싫어도 어떻게든 이루어진다. 성격상 이 과정이 좀 어색하고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아는 사람도 생기고, 선생님도 생기고, 지도할 학생(?)도 생기고 그런다.
 
 Exam 01에서는 테스트 케이스를 보는 방법을 알았다! 그런데... 봐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ㅋㅋㅋ 이것도 직접 경험해보면 알게 될 거다. 시험 점수는 64점... 제출 전에 테스트해본 바로는 다 잘되는데 왜 기계에서 자꾸 틀리는지... 라 피신에서 시험은 1번을 풀지 못하면 2번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흔히 문제가 안 풀리면 "너 딱 기다려 이따 풀어줄게" 하고 넘어가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못 한다. 결국, 그 문제를 육고초려하고 졌다. 64점으로 마무리... 기분이 울적해졌다. 상승곡선의 시험점수가 합격에 좋게 먹힌다고 했는데, 그냥 고꾸라진 기분이었다.
 
 시험이 끝나자 마자 Rush 01팀이 구성되었고, 내가 팀장으로 선정되었다. 팀장은 무작위로 결정되는데, 단지 진행의 책임(?)을 누군가는 갖고 있어야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니까 존재하는 것 같다. 팀장이라고 해서 뭐 더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그날은 간단히 인사만 하고 문제만 같이 본 뒤, 다음날 문제를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했다.
 
 이날에 정말 Rush 00점수를 못 받은게 더 화가 났다. 문제 난이도가 계단을 오른 게 아니라, 그냥 90도 벽이었다. 뭔가 다른 팀들도 이 미쳐버린 난이도에 보너스 문제를 안 하고 기본점수만 받으려 할 것 같아서, 첫 러쉬에서 얻은 교훈은 갖다 버리고, 이 러쉬도 보너스를 해보자고 팀원들에게 건의해 봤다. 3명이서 머리를 싸매고 규칙성을 찾아봤는데,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고 기본 점수만 받자고 결론을 냈다. 그런데 팀원 중 한 분이 오늘 일찍 가봐야 한다며, 자신이 이 문제를 풀 수 있으니 풀어오겠다며 하고 가버렸다. 나와 남겨진 팀원 한 분이랑은 "...어 개인 과제나 하죠"하고 개인 과제를 했다. 다음날 진짜 이 분이 문제를 다 풀어왔다. 예외 경우 걸리는 것 없이 말이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미 완성된 걸 어쩌겠는가. 우리는 러쉬평가를 기다리며 디펜스할 준비를 했다.
 
 팀 과제 제출을 하고 러쉬 평가를 기다리는데, 오류가 하나 발견되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것이, 오류에 오류를 작성해서(?) 코드가 올바르게 돌아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쓸데 없는 코드가 껴있었고, 무조건 감점이 될 사항이었다. 이미 제출은 해버려서 바꿀 수도 없었는데, 그냥 감점을 받을 생각으로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우리보다 먼저 평가를 받는 팀이 보너스 문제를 많이 해결했는지, 1시간으로 잡힌 평가가 1시간 30분정도까지 진행돼서 우리만 평가를 못받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마침내 우리 순서가 돌아왔고 평가자 카뎃분은 미안하다며 빠르게 진행하시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실수한 코드 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100점을 맞아버렸다! 앞서 말하지 않았는가? 상대방이 반례를 못 들게만 하면 된다. ㅋㅋㅋ
 


3주차

 
개인 과제: C04 - C07
 
팀 프로젝트(Rush 02): 0점
 
Exam 02: 72점
 

  3주차부터는 집이 멀어서 잘 안 가고 클러스터에서 밤을 새운 뒤, 주변 시설(모텔, 찜질방)에서 잠을 해결하는 일이 매우 잦다. 개인 과제 자체가, 코드를 작성하는 난이도가 높지는 않지만, 코드가 길고 복잡해져 잘 틀린다. 사람마다 과제 진도 차이가 크게 나는 구간이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합격 기준은 아무도 모르지만, 점점 사람들이 합격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생각하고 실감한다. 나 역시도 이미 치룬 시험과 러쉬를 잊고 평가를 많이 다니려고 했다. 내 과제를 빨리 해결하려면 평가포인트가 많이 필요했고, 문제도 잘 안 풀려서 평가를 많이 다닐 수 밖에 없었다. 포인트가 진짜 정말 부족했다. 시간도 촉박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때부터는 학습을 하지만 본 과정에 합격한 사람들이 개인 과제를 어디까지 했는지, 시험은 어떻게 치렀는지, 팀플은 어떤 결과를 받았는지를 보면서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에 더 관심있던 것 같다. 결론은 내지 못했다. 허나, 확실한 것은 전부 다 잘하면 합격한다는 것(당연하다.)과 어느 한 가지 항목에서 남들보다 매.우. 뛰어나면 된다. 예를 들면 개인 과제진도나 시험에서 점수가 상당히 낮은데 합격하신 분들을 보면, 평가를 압.도.적으로 많이 다녔거나 받았다. 평가를 많이 다녔다는 것은 협업 항목(그런 게 있는지 조차 모른다. 하지만 42가 강조하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평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은 개인 과제 재도전(공식적으로 합격 기준에 나와 있다.)을 많이 했다는 얘기가 된다. 끈기? 도전? 항목에서 점수를 받는 것일까? 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3주차 시험이 시작됐다. 3주차 시험부터는 traces(오답 테스트 케이스)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문제도 하나 더 있었다. 시험은 순조롭게 치렀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도전했던 문제는 itoa였는데, 2주차 시험에서의 그 일을 또 겪었다. 내가 테스트를 돌리면 출력이 다 잘되는데 왜 기계가 받아주지 않는가? 아무리 기도해도 되지 않았고 테스트 케이스도 안 보여줘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것만 맞았으면 떨어졌던 점수를 복구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복구하지는 못했다.
 
 3주차 러쉬는 C08의 개념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내가 팀장이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팀 구성원의 수준은, 레벨로 보건대 상, 중, 하로 구성된 팀이었고 나는 '중'이었다. '상'인, 고수분은 혼자서 문제를 푸는데 정말 애쓰셨고, 남은 우리 둘은 개념을 이해하고 따라가려고 노력 정말 많이 했다. 풀이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내보려고 했고 어떻게든 문제를 풀려고 했다. 그 어떤 러쉬 보다도 이때 러쉬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문제 자체는 Rush 01보다 어렵지는 않았다고 느꼈는데, 뭔가 개념을 알아갈수록 하나씩 풀리는데? 동시에 예외 처리할 벽이 배수로 등장해서 좌절해버리는... 그런 순환을 계속 겪으면서 에너지를 엄청나게 썼다. 결국, 문제는 완벽하게 풀지 못하고 8할 정도만 구현했고 점수는 받을 수 없었다.
 
 평가 날 와주신 분은 본 과정의 공통 과정을 통과하신, 라 피신 3기 교육생이셨는데 나이가 꽤나 있으셨다. 3기 교육생이면 몇 년 전이긴 하지만 이 분은 잘 못해서 열심히 하면 통과할 수 있다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자신의 라 피신때 성적을 보여주고는 형편없어도 본 과정 붙을 수 있다며 격려를 해주셨는데,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전부 그 정도 수준이었을 거라고 생각만 들었다.
 


4주차

 

개인 과제: C08 - C11 (C10패스)
 
팀 프로젝트(BSQ): 0점 (제출O, 평가X)
 
Final Exam: 74점
 
 마지막 4주차 팀 프로젝트는 BSQ로 자신이 원하는 팀원과 함께 2명이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차피 4주차는 주말이 없고 그래서 제출만 할 팀원(Rush 00에서 만난 팀원)과 참가를 했고, 개인 과제 진도를 미는 데 집중했다. 남은 과제들은 알고리즘 문제가 아니고 새로운 개념에 관한 문제들이라서 개념을 학습하기만 하면 빠르게 풀 수 있었다. 다만 C10은 문제 자체가 엄청 어려운 문제들이라서 시간 안에 못 풀것 같아 넘겼다.
 
 역시나 평가를 많이 다니면서 과제를 해결했다. 내 과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뿐더러, 평가를 많이 하는 게 합격에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시험 전날인 목요일에는 오전 중에 C11까지 완료했고 오후 1시부터 새벽 1시까지 평가를 쫙 열어놨다. ㅋㅋㅋ 평가가 15개 잡혀버렸다. 마지막 날이 되면 평가를 하려는 사람은 없다. 다들 개인 과제를 하나라도 더 통과하려고 평가를 잡으려 날뛴다. 대학교 수강신청 마냥 평가를 잡으려고 하면 누가 낚아채간다고 한다ㅋㅋㅋ. 뭔가 시험 마지막날인데도 시험공부를 하기 싫었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개인과제 통과가 시급한 분들을 위해서 평가를 많이 다니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던 것 같다.
 
 마지막 주차에서는 인기투표도 열린다. 한 사람당 10명까지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선택 기준은 '이 사람은 반드시 본 과정에 갔으면 좋겠다', '이 사람 덕분에 라 피신 과정이 즐겁고 재밌었다', '이 사람은 42의 학습방안에 적절한 사람이다.' 등등, 교육생끼리 서로 인기투표를 할 수 있다. 이것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못 받으면 불안하긴 하다.
 
 파이널 시험은 문제수가 굉장히 많다. 문제 당 배점이 작다는 말과 같다. 이게 또 멘탈을 건드는 부분인데, 위에서 말했듯이 1번을 못 풀면 2번으로 넘어갈 수 없다. 앞서 시험들은 배점이 컸기 때문에 괜찮을 수 있지만, 파이널때 쉬운 문제에서 잘못 걸려버리면 그냥 조져버릴 수 있다. 시험 시간은 8시간!!! 게다가 분위기가 다르다. 시험장을 촬영까지 하는데 긴장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문제 풀다가 잠깐 자는 사람도 있다. 시험 보는 자리에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물을 먹으면서 시험을 응시하게 된다. 마지막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나는 잘 본 것도 아닌 못 본 것도 아닌 애매한 점수로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라 피신을 마무리했다.
 


 

최종후기

 

9기 2차 La Piscine 교육생에서 본과정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합격 메일-

 
 9기 2차 이후 도전할 예비 피시너분들 그리고 이글을 접한 이미 교육생을 거친 분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9기 2차 피시너 이젠 카뎃으로 인사드립니다. 제가 9기 2차 교육생들에게는 많이 유명했습니다. 능력이 뛰어나서, 눈에 띄는 외모라서 그런 것이 아니구요. 제가 부여받은 닉네임이 많이 특이하거든요. 닉네임 변경 건으로 프랑스에 건의를 올렸다는 전례 없는 역사를 써버린 것이죠. 1, 2주차 때는 부끄러워서 조용히 다녔고 닉네임 밝혀지는 게 싫고 놀림당하고 그랬는데, 3주차부터는 얼굴도 모르시는 분들이 알아보고 인사하고 그러는 수준까지 가버린 데다가 마지막 주차때는 어차피 안 볼사이... 그냥 받아들이고 해탈해 버렸습니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라 피신 과정을 마쳤던 것 같습니다. 아주 고오오오맙습니다. 42ecole.
 
 라 피신은 프랑스어로 수영장이라는 뜻입니다. OT에서 사람이 수영장에 다이빙하는 그림을 볼 수 있을 텐데요. 저 역시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1달 교육 과정을 나름대로 비유하자면, 수영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일단 물에 빠뜨린 다음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겁니다. 수영장에는 튜브나 구명조끼가 떠다니는데 물에 빠진 교육생은 그것이 구조용품인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다면 살아남는 것이고, 몰랐다면 손에 잡히는 대로 휘젓든, 입든, 올라타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42도 많이 진행된 터라, 사전에 많이 정보를 알고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C를 공부하고 들어 오신다거나 쉘을 다뤄보고 들어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정보를 듣고는 공부하고 오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안 했다가 고생 많이 했습니다.
 
 라 피신을 진행하면서 합격에 대해서 걱정도 많이 하고,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의심도 들고, 늦어지는 대학 졸업에 대해서 우려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막상 와보니 재도전자도 있지, 전공자도 있지(나도 전공잔데), 처음인데 그냥 잘하는 사람도 있지 이상한 사람도 있지... 힘들긴 했거든요. 그런데 일단 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하는 게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응원해주고 같이 달려주는 동료가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덤덤히 진행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합격했을 때 부모님, 친구들에게 합격소식을 알리는 것도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달콤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 과정까지 도달하기, 물론 어렵습니다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씁니다. 그런데 막상 되고 나면 별거 아닙니다. 할만합니다. 이 42 과정은 어차피 본론이 라 피신이라서 온라인 테스트부터 진행해야 할 단계가 많고 중도에 포기할 구간이 많아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끝까지 하는 사람들끼리의 경쟁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라톤처럼요. 협업이 강조되고 강제되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결국엔 경쟁입니다. 내 옆에 뛰고 있는 사람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빨리 뛰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그뿐입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tistory웹을 다루는 것도 관심이 생겼네요. 미뤄뒀던 알고리즘 공부도 시작하고, 취미로 두고 싶었던 바른 글쓰기도 할 생각입니다. 본 과정에 들어가 학습하는데 많이 바쁠 것 같긴 하지만 개발자 블로그 겸 블로그 활동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저를 곧 만나게 되실 분들 잘 부탁합니다. 댓글 남겨주시면 가능한 선에서 답변으로 도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